시드니라이프

[시드니일상] 호주 3년차, 나의 비자이야기

Carpediemseo 2020. 8. 23. 20:12

St Leonards 공원에서 찍은 시드니 CBD 전경

호주에 온 지 이제 한 삼년 반 넘게 된 것 되었다. 지난 십년 동안 일본, 미국, 싱가폴, 호주 이렇게 살았는데, 호주가 한국에서 산 걸 제외하고 젤 오래 산 국가가 되었다. 호주에 온지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니... 호주는 싱가폴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정착을 목적으로 생각하고 옮겼기 때문에 시간에 더 무감각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연말은 아니지만 2020년의 상반기도 지났으니 시드니에서의 라이프를 Wrap up도 해보고 내가 어떤 비자로 있는지 이야기도 해보고자 한다. 나와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호주로 이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궁금해할 수도 있으니... 아님 말고. 

나의 현 비자 상황.

나는 현재 TSS비자 (482라고도 한다)로 호주에 거주하고 있다. 원래는 457비자 (지금은 없어진)로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승인을 받은 해부터 비자법이 바뀌어 나의 직군으로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없게 되었다. 이름만 457비자고 컨디션은 새로운 비자인 TSS비자와 같아진 것. 호주의 비자법은 미국처럼 너무 복잡해서 자세히 설명하긴 그렇고, 이 비자는 직군에 따라 Short term과 Long term 비자로 나뉘는데 Long term의 경우에는 457비자처럼 최대 4년을 머무를 수 있는 비자가 나오고, 후에 회사에서 영주권을 지원해줄 수 있다. 내가 있는 Short term 비자의 경우, (나는 처음 비자를 받을 때는 Marketing Specialist로 받고 현재는 Adverstising Specialist의 직군으로 새로 받았다) 최대 2년에 또 한번 연장을 할 수 있지만, 영주권을 신청할 수는 없다.

아마 내년에 연장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그 다음에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이 비자로는 연장이 또 안 될 테니 호주를 떠나야할 지도, 아님 그 사이에 비자법이 또 바뀌길 바라고 있기도 하고. 다른 방법도 생각 중이긴 한데 그건 될 경우에 포스팅하려고 한다. 실패하면 공유하나마나기 때문에ㅋ

이 TSS비자 생긴지 3년 밖에 되지 않아 사실 Short term의 최대 체류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일단 법적으로는 그냥 호주를 떠나야하는 것 같은데 이게 말이 쉽지, 이 비자로 있다가 동시에 사람들이 다 호주를 떠나야 하면 인력난은 어쩔... 그래서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ㅋ

내가 이렇게 내 비자 상황을 공유하는 이유는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이 보통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있고, 호주 이민에도 관심있는 분들일 것 같아서 마케팅으로는 어떤 비자를 받고 호주 비자 상황이 어떠한 지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호주 비자에 관해서 묻지 말아주시길...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건 이민 전문 에이전시한테 연락해 주세요.) 내가 알기로 세일즈, 마케팅분야로는 TSS비자를 통해 영주권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건 회사에서 영주권 스폰을 해줄 조건이 되도 이 직군으로는 안타깝지만 그냥 안된다. 뭐 호주 시민권자 파트너가 있다면 영주권은 당장 해결되겠지만, 가장 쉬워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워보이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건 그냥 제외키로... 

한창 비자법이 바뀌고 그 컨디션대로 3년 전에 457비자를 받았을 때는 미래도 불투명한데 이렇게까지 있어야하나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민도 많았는데, 뭐 지금은 그냥 물 흐르듯이 관망 중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뭐 나가라면 나가야지ㅋ 

호주/시드니 라이프 장단점. 

아직 비자문제가 있어서 온전히 정착했다라고 보긴 어렵지만, 3년 이상 호주에 살다보니 여러 장단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장점으로는, 복 받은 자연환경. 산불 때문에 지난 여름은 고생을 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호주처럼 맑은 하늘과 깨끗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을까 싶다. 호주로 옮겨 오면서 싱가폴에서는 자주 할 수 없었던 등산도 여기저기로 많이 가고 있고 (시드니 시내 근처에 부시워킹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여름에 날씨 좋으면 근처 바닷가에서 태닝도 하고, 이런 여유 한국, 일본, 싱가폴에서 즐길 수 있을까 싶다. 싱가폴의 경우, 우리회사는 영국계 회사이다 보니 그래도 워라밸이 나름 보장은 되었는데 싱가폴 자체가 인공적인 도시라 이런 자연이 별로 없다. 

약자에게는 배려깊은 나라. 대부분의 카페가 Pet-friendly, Kid friendly 하다. 나는 반려동물도 없고, 아기도 없어서 그리 의식하지 않았던 건데, 시드니에 놀러온 한국 친구들 주에, 아기가 있는 친구는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다고 좋아했고, 반려동물이 있는 친구는 호주 카페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도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있는 것에 놀랐다. 기차나 버스도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석도 많고. 채용에 있어서도 절대 소외받는 계층이 아니었다. 

장점이 더 있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건 이 정도고, 단점으로는 민원 해결이 참 느리다. 이건 유럽이나 서양권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경험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호주도 만만치 않다. 지금 내 가스비에  돈을 생각보다 많이 내고 있는 것 같아서  내 가스 Provider한테 클레임을 걸었는데 거의 한달 동안 끌고 있다. 연락 준다고 2주 기다리라고 해놓곤 연락이 없어서 내가 고객센터에 다시 전화해보니, 일단 내 미터기에 문제가 있긴 있어서 우리 빌딩의 가스 Distributor와 같이 그걸 확인해야 하는데 8주를 기다리란다. 8주?! 근데 그걸 내가 전화하니까 이제서야 알려주는 거니? 

일단 뭔가 고객센터에 연락을 하면 자기네가 연락을 다시 준다고 하고 기다리라고 하곤 제때 연락을 안준다. 이게 한두번이 아님... 내 택배 분실되서 전화했을 때도 거의 한달 동안 해결 못해서 결국 환불 받았다. 하... 

그러다 내 한국 계좌 때문에 내 거래 은행에 전화할 일이 있었는데 전화를 받았던 한국인 상담원분은 친절하기까지 하면서 그 자리에서 내 문제를 바로 해결해 주었다. 암튼 이런 고객센터의 클레임 처리의 퀄러티는 정말 별로...행정기관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일단 이민국은 연락을 잘 안받기로 유명하니까ㅋ 

가끔 한국처럼 빠르고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시스템들이 그립지만, 住めばみやこ라고 (내가 일본어 공부할 때 좋아했던 속담인데 우리나라말고 하면 '정들면 고향' 정도 될 듯) 그래도 아직까진 시드니 생활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등산도 맘껏 할 수 있고 워라밸이 보장된 시스템 속에서 취미생활도 맘껏할 수 있고 (취미라고 해봤자, 등산 아니면 운동, 가끔 잘 못하는 수영 정도지만)

이번 상반기는 산불이며 코로나로 허무하게 보낸 것 같아 정말 뒤돌아 볼것도 별로 없지만, 하반기에는 하루하루를 감사해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영어공부도 좀 제대로 하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