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라이프

[시드니일상] 재택근무 5주차, 조용한 Easter 연휴, 주절주절

Carpediemseo 2020. 4. 19. 20:02

Easter 시즌에 슈퍼에서 파는 버니 초콜렛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5-6주차가 되는 것 같다. 계속 집에만 있으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르겠다. 지난 주에는 가장 조용했던 이스터 연휴를 보내고 (NSW 주는 Good Friday인 금요일부터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가 연휴였다.) 이제 벌써 4월의 반 이상이 지나갔다. 호주에서 이스터는 우리나라의 추석처럼 나름 큰 연휴라 보통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바베큐를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는 데 이렇게 조용한 이스터는 처음이었던 거 같다.

그 덕분인지 다행히 감염자 수가 늘지 않고 있다. 이번주는 계속 신규 감염자가 50명대였던 것 같다. 확진자가 많이 없는 상태에서 유럽처럼/아니 유럽보다 더 강하게 다 봉쇄해서 그런 것 같다. 카페, 레스토랑, 약국, 병원, 슈퍼 빼고는 문 연 곳이 한군데도 없으니까. 

나의 근황, 

1. 아웃도어 러닝 시작.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인 나도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해서 지난주부터는 집 앞에 있는 크리켓 경기장에서 30분씩 러닝을 시작했다. 나는 러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길치라서 아웃도어 러닝은 하기 전부터 스트레스...) 보통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거나 그냥 무산소 운동을 주로 했는데 밖에 강제로 못나가게 하니 이렇게 운동하러 잠깐 나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상쾌했다. (호주는 운동, 생필품 구매, 병원 방문 등만 외출을 허용하고 있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좋은거야... 호주는 초가을 날씨로 들어서서 이제는 낮에도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외출하기 딱 좋은데ㅠ. 암튼 사회적 거리두리를 지키면서 이렇게 러닝에 재미를 붙여볼 생각이다. 우리 집 주변에 이렇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2. Zoom으로 친구들과 Friday night. 

2월의 내 생일 이후로 못 만났던 친구들과 Zoom으로 Friday night을 즐겼다. 회사에서는 WebEx를 쓰고 있어서 Zoom은 처음 써보는데 다음에 또 하면 요즘 유행하는 배경도 바꿔보고 해봐야지ㅋ.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이렇게 화상으로 이야기하는 게 처음이라 조금은 어색했지만 (일단 동시에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못하니까 가끔 Awkward Silence 가 발생하는데 이게 회사 미팅 때의 Awkward Silence랑은 조금 다른 느낌ㅋ)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반가웠고 재미있었다. 

다들 안부를 주고 받으며 근황을 확인했다.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인 N은 코로나 사태 이후 더 바빠졌다고 한다. 재택근무와 홈스쿨로 인해 우리회사의 컴퓨터 장비나 타블릿 등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 반면 사무직이긴 하나 안경 브랜드에서 일하는 친구는 모든 지점이 문을 닫아서 일시 해고 상태라고 했다. 

즉, 재택근무에서 수요가 많은 사업이 잘 되고 있고 외부 활동으로 수요가 많은 사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택 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회사의 경우처럼 컴퓨터 장비들의 수요가 높아졌고 오피스용 책상과 의자들은 진작에 동이 났다. 홈트용 운동 기구들도 배송에 거의 한달이 걸리는 것 같고. 

나도 집에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마침 회사에서도 지원을 해 준다길래 제대로 된 의자나 구입해서 일해보려고 했는데, 모든 곳에 재고가 없다. (현재는 내 식탁과 의자가 오피스가 된 상태). 재고가 있어도 언제 배송될 지 모름. 

3. 휴지가 슈퍼에서 보이기 시작. 

사재기가 수그러들어 매번 비어있던 선반에 휴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파스타도 그렇고. 아직까진 오후에 가면 이미 동 나있는 상태이지만 그래도 예전만큼 순식간에 동 나거나 하는 것 같진 않다. 다행...왜 하필 휴지야... 오늘은 약국에서 손세정제도 발견에 드디어 구입했다. 원래는 한국에서 보내주려고 부모님이 많이 사두셨는데 보내기 며칠전에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를 막아서 아직까지 한국에서 짐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 매주 화상통화를 할때마다 새로운 스타일, 색깔의 마스크를 자랑하는 우리 가족들.....

4. 책 읽기. 

이스터 연휴동안 많이는 아니지만 그동안 미루던 책들을 읽었다. 데이터, 통계관련 책, 주식 관련 책 등등. 데이터와 통계 쪽에 공부를 조금 더 해봐야겠다. 재미있으니까ㅋ 

5. 일. 

재택근무에서 늘어지기 쉬운데 다행히 매주 나의 매니저를 비롯, 미국 본사, 런던팀과 정기적으로 Catch Up이 있어서 능동적으로 일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원래 우리팀은 글로벌 팀이라 이런 콜미팅이 주라 별로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재택근무 동안 내부 프로세스도 고쳐보고,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 중이고, 여기저기 쑤시고 있는 중이다. 좀 더 푸쉬해서 내 퍼포먼스 리뷰 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지. 일단 작은 건은 하나 했고. 까먹기 전에 어디다 좀 적어놔야겠다.

마케팅이나 세일즈 업계의 팁이기도 한데, 이렇게 작은 것이라도 내가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그때 그때 기록해서 트랙킹하는 게 좋다. 연초에 세운 KPI도 틈틈이 리뷰도 하고. 그러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방향을 잡기도 쉽고 퍼포먼스 리뷰 때 좀 더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 퍼포먼스 리뷰 때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고. 말나온 김에 내일 출근(재택)하면 해야지.

이번 주도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요리하고 건강하게 보낼 생각:) 

집 근처 Cricket 경기장
인원제한이 생긴 Coles 슈퍼마켓. 이렇게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