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라이프

[시드니일상] 재택근무 3주차, 새로운 생활 패턴

Carpediemseo 2020. 3. 29. 20:09

집이 회사가 되고 헬스장이 되고 레스토랑이 된 요즘

내일부터 재택근무 3주차로 접어든다. 미국 본사에서 매주마다 전체 메일로 업데이트가 오는데, 전세계적으로 계속 증가추세에다 아무래도 미국이 심각한 상황이기도 해서 미국 기준으로 재택근무에 관해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호주도 계속 100명대 이상으로 급속도로 증가 중인데 오늘 처음으로 Curve, 증가율이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계속 이 상태로 가면 좋으련만.

지금 호주는 일단 자국민 외에는 해외에서의 모든 외국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자국민들도 어제부터 호주에 입국하자마자 호텔로 2주간 무조건 격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각 주마다의 이동 제한도 강화되어서 만약에 그 사람이 퍼스 사람인데 해외에서 시드니로 입국하면 시드니에 있는 호텔에서 2주 격리 후, 퍼스로 이동하면 퍼스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단다. 한마디로 거의 한달 동안 밖에 못 나감. 이렇게 있는 봉쇄, 없는 봉쇄는 다 하고 있는 중. 

그런데 지금 이 난리에 퀸즈랜드에서는 지역 선거를 미루지 않고 강행해 사람들 줄서서 투표하게 만들고, 시드니에 정박한 Ruby 크루즈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는데도 격리조치 없이 모든 승객들을 그냥 집에 보내는 등, 곳곳에 숨어있는 구멍이 많다... 하... 

유럽과 비교해서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초기에 무조건 제어를 하고자 슈퍼마켓과 약국, 병원 등을 제외한 모든 non-essential business은 영업이 중단되었고 카페나 레스토랑만 Takeaway만 가능하다. 옷가게와 같은 리테일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영업을 했었는데 시내에 있는 리테일들도 어차피 사람들이 안 오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다 문을 닫고 있는 실정. 시티에 있는 카페들도 그렇고. 그저께인가 호주의 큰 백화점 중에 하나인 Myer도 잠정적으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해서 1만명이 그날 다 해고당했다. 

매일 매일 보는 뉴스에 대형 브랜드들을 포함, 많은 자영업자들이 중단하면서 오늘은 몇명이 해고당했다, 이런 뉴스만 보니 정말 지난주 내내 심란했다. 이런 상황에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정말 살면서 경험에 보지 못한 스케일의 전염병과 경제 위기에 나도 언제까지 내 밥벌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아직까지는 겪어보지 않았지만 서양에서의 인종차별도 걱정이다. 여기저기서 동양인을 상대로한 인종차별 뉴스를 보는데 아마 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후... 

3주 동안 나의 일상은, 

- 너무나도 나한테 잘 맞는 재택근무

재택근무는 다행히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 우리팀은 각국에 흩어져 있는 글로벌 팀이라 원래부터 콜미팅이 베이스라 미팅을 하고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아직까진 크게 어렵진 않다. 오히려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보니 일을 더 여유있게 진행하고 있다. 

- 주문한 마스크 사라짐.

이 코로나 사태를 예감하고 이미 한 달도 전에 아마존에서 주문한 마스크는 결국 도착하지 않았다. 판매자는 잠적하고... 환불처리는 는 되었는데 호주도 마스크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래서 안 쓰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근데 신기하게 동양인들은 다들 어떻게 구했는지 동양인들은 잘 쓰고 다닌다.)  다행히 호주 산불 때문에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서 우편으로 받은 마스크가 조금 있으니까 그걸로 당분간 어떻게 버텨봐야지. 

- 매일 삼시세끼 걱정 중.

레스토랑에서 Takeaway가 되긴 하는데 아무래도 그럴 때도 사람들을 접촉해야 하니 뭔가 불안하기도 하고 해서 (무엇보다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집에서 계속 요리를 하고 있다. 문제는 내가 그렇게 요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 매일 뭐 해먹을 지 고민중. 아마 다음주부터는 점심 빼고는 다이어트 식으로 그냥 간단하게 먹지 않을까 싶다. 내 요리 열정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 Home Workout

헬스장을 못 가다보니 인스타그램에서 집에서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이나 앱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데 그 중에 하고 있는 두가지 앱. 다행이 주 6일은 운동 중이다. 집에 있으면 시간이 많다보니 회사 다닐때보다 더 열심히 운동 중. 문제는 그만큼 많이 먹고도 있다...

  • Fitbod: 원래 내가 헬스장 다니면서 중량과 횟수를 기록하려고 쓰는 앱인데 지금은 Bodyweight로 설정해서 기구 없이 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Substripiton Based App이긴 한데 헬스장에서 트레이너 없이 혼자 운동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강추. 아직까진 이 앱이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Fitbod App

  • Centr: 크리스햄스워스가 런칭한 앱. 그날그날 운동 루틴과 음식 레시피가 제공된다. 명상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우리 헬스장이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면서 멤버들에게 3개월 무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서 지금 트라이얼 중. FitBod 같은 경우에는 헬스장에서 기구를 사용하면서 하는 운동에 좋은 앱이라면, 이 앱은 집에서 간단한 운동도구나 맨몸 운동 동작을 베이스로 한 운동루틴이 대부분이라 지금처럼 집콕할 때 좋은 것 같다. 식단과 레시피도 제공되고. 요리를 좋아하고 제대로 식단까지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꽤 괜찮은 앱인 것 같다. 코치들도 다들 프로페셔널한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일단 크리스 햄스워스가 하는 거니까 ㅋ

크리스 햄스워스가 런칭한 Centr

- 주식 계좌를 드디어 열었다.

주식 공부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 그 동안 미루고 미루던 주식 계좌를 드디어 열었다. (아직 한 주도 사지 않은 건 함정ㅋ) 우리 회사 주식을 가지고는 있지만 미국 계좌라서 내 개인적인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안되는 것 같아 호주에 있는 계좌를 열었다. 다음주에는 용어공부도 하고 몇주 좀 사봐야겠다. 

- 책 읽기 중 

선배언니가 연말에 놀러왔다가 놓고 간 에쿠니카오리의 間宮兄弟 완독. 오랜만에 에쿠니카오리의 책을 읽어서 재미있게 읽은 책. 영화로도 나왔다든데 기회가 되면 봐야겠다. 마지막에 휴대전화로 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형에게 알려줬다 어쨌다 하는 내용이 나와서 뭐지? 이랬는데 알고보니 이 책이 출간 된 게 2004년, 16년 전이었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는... 그 당시면 스마트폰이 나오기 훨씬 전이었는데 난 요즘 책인 줄 알고 요즘 시대를 대입해서 읽었네. 다시 읽어야 하나;; 

드디어 완독한 間宮兄弟

조금 박차를 가해서 아직 끝내지 못한 해리포터 시리즈와 (이제와서..) 아직 못 읽고 쌓아두기만 한 책들을 이참에 다 읽어버려야겠다. 

다음주부터는 집콕도 열심히 하면서 보면 심란하기만 한 뉴스 보기를 좀 자제하고 책읽기, 주식공부같은 나한테 도움이 되는 생활 패턴을 얼른 몸에 익혀봐야겠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출근할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