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팁

[해외취업] 해외에서 산다는 것

Carpediemseo 2018. 4. 1. 16:12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서큘러키에서 바라본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일본 4년 (교환학생 1년 포함해서), 미국 1년, 싱가폴 3년, 호주에서 1년 좀 넘게 있었으니 약 9년 정도 해외에서 산 것 같네. 허나 이렇게 해외에서 오래 살았어도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녀서인지 '나도 이제 여기 나라 사람 같네' 혹은 '이젠 이곳이 편해' 이런 느낌은 아직까진 없다. 

물론 한국보단 해외에서 사는게 편하긴하다 이젠. 아무래도 미국, 싱가폴, 호주의 사회 시스템이 비슷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회사 취직할 때 이력서도 영문이력서가 나한텐 훨씬 쓰기 편해졌고 이제는 회사에서 영어로 된 자료를 보는게 수월해졌다. (뭐 그렇다고 영어를 딱히 잘하는 건 아니지만;;) 친구들도 한국인보다는 외국인 친구가 더 많아졌고 이제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도 항상 그 나라에 친구들이 있다. 

나라를 옮길 때마다 어떤식으로 정착해 나가야 하는지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고, 친구들은 어디서 사귀면 되고, 집은 어떻게 알아보며 민원 일처리들도 이제는 별 어려움 없이 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해서 그런건지 외로움은 항상 따라오는 것 같다. 특히 가족들이 보고싶을 때 함께 할 수 없다는 점. 대학 갓 졸업하고 일본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는 처음으로 독립해서 산다는 설레임에 마냥 즐거웠지만, 점점 해외에서 오래 살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가족들이 더 보고 싶어지고 가족들과 더 가까이 있고 싶어졌다. 그래서 예전에는 10년 이상 타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그들이 이해가 간다. 나도 가족들과 점점 가까이서 살고 싶으니까(근데 어째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계속 해외에서 살고 싶을 것 같다. 나이가 더 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나와서 사는 게 더 편하다. 특히 직장문화에 관해서는 해외가 더 나한테 맞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해외에서 사는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일까? 아마 나도 그랬지만 해외취업을 동경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장점만 보일테지만 이렇게 10년차가 다 되어가는 나도 아직까지도 혼자 정착하고 이루어 나가기엔 호락호락하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해외생활의 장단점은 거의 미국, 싱가폴, 호주 중심으로 생각해봤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보면 우리나라와도 직장문화나 생활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에 조금 다른 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서 제외하기로 했다.

물론 일본만 따로 놓고 한국과 비교해보면 장단점이 분명히 나올테지만. 


<해외생활 장점>

-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교류가 쉽다. 

-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 사고방식이 유연해진다. 

- 생활이 여행같다. 

- Work & Life Balance 가 가능하다.



<해외생활 단점>

- 엄청난 집값과 생활비

- 타지에서의 외로움

- 의사소통의 불편함

- 비싼 의료시스템

- 신분의 불확실성, e.g. 비자, 영주권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장점은 다른 해외에서 사는 다른 블로거들도 공감하는 부분일 것 같다. 나도 저 장점들 때문에 여기 있는 거니까. 특히 Work & Life Balance는 왠만하면 보장 받는 것 같다. 다 자기하기 나름이다. 자기 할일 빨리 끝내면 집에 칼퇴해도 된다. (금요일에는 정규근무시간보다 더 빨리 퇴근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통령도 바뀌고 해서 근무형태가 좀 더 유연해지고 직원들을 여가를 보장해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내가 한국에서는 직장생활을 안해봐서 정말 어떤식인지 알 수가 없지만 해외로 나오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건 아직까진 해외가 더 낫다는 걸 방증하지 않나 싶다. 



이제부터 단점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집값이 상당히 비싸다. 특히 의도하진 않았지만 난 비싼 도시에서만 살았다. - 보스턴, 싱가폴, 시드니

보스턴은 뉴욕 다음으로 집값이 비싼 곳이었고 싱가폴은 세계에서 물가가 제일 비싸기로 유명하고 시드니도 호주에서 이상하리만큼 집값이 어마머마하게 비싸다. (그렇다고 내 샐러리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것도 아니다;;) 

이 세 도시에서 원베드룸에 혼자 살려면 최소한 월 200 정도든다. 난 월 백정도 내고 방 한칸에 내 몸 구겨서 살고 있다. 언제쯤 난 독립해서 살까 그 생각뿐이다. 좋은 하우스메이트를 만나면 친구도 사귀고 좋지만 나같이 집순이는 그냥 혼자 살고 싶다. 언젠간...


타지에서의 외로움은 아까도 언급했지만 오랜 친구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그 외로움들이 가끔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특히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아다니며 살다보니 친구들을 다시 사귀어야 하다보니 (그리고 난 그리 아웃고잉도 아니란 말이지...가끔 나도 외국사는 내가 신기할 때가 있다.)  

초반에 정착할 때 많이 외로움을 느낀다. 난 외로움도 남들보다 더 잘 타는 것 같다. 아님 외국에 혼자 나와있어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럴 땐 여기저기 파티에 가거나 Meetup 등을 통해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이런 외로움은 그래도 한 3년 정도 살면 괜찮아지는 것 같다. 그때 쯤이면 친구들이 얼추 생겨있으니까.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다들 말 안해도 알테니 패스... 한국어로 가끔 신나게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우리회사는 한국인, 일본인이 아예 없다. 하우스메이트도 다 호주인들이라 한국어는 가족 아니면 여기서 사귄 한국인 친구들 몇몇과 하는 게 다인 것 같다. 그리고 여기 내 블로그에다가ㅋ 


의료시스템은 한국, 일본을 따라갈 곳이 없는 듯. 

호주의 의료시스템도 좋다. GP (General Practice), 우리나라의 1차 병원같은 클리닉인데 이곳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는 무료이다. 허나 나는 외국인이라 돈을 다내야 한다. 그래서 개인보험이 필수인데 약 50% 돌려받은 것 같다. 돌려 받더라도 기본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병원에 잘 안가게 된다. 의사상담만 기본 70-80불이므로... 


싱가폴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커버가 있지만 그것도 직급에 따라 커버 금액이 다르고 안과같은 Specialist는 너무너무 비싸다. 한국에서 한 10만원 내로 받던 안과진료가 싱가폴에서는 800불 정도 나와서 충격받았던 그 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다행히 회사에서 1000불까지 커버해주어서 내 돈을 부담하진 않았지만 내가 만약에 사고로 다치기라도 해서 입원해야 되면 어찌되는 거지? 아마 그럼 커버가 더 되긴 하겠지만 내가 부담해야 할 부분도 상당할 듯 싶다...


그리고 제일 골치인 비자 문제.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이나 호주는 비자받을 때 천국과 지옥을 몇번 오간 듯 하다. 절차도 까다롭고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면서까지 여기에서 살려고 하는가 의문을 들게 끔하는 시스템이다...그리고 호주, 싱가폴의 경우 비자법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영주권을 받기 전까지는 비자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여기서 오래 살거면. 그러다 보니 정을 많이 못 붙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직까지는 단점을 극복할 만큼 장점이 나를 만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한 해외에서 계속 살고 싶다. 

그래도 그냥 해외생활이 그렇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어느정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어느정도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는 좋은 것들만 올리기 때문에 (나도 그렇지만) 해외생활에 대한 환상이 생기기 쉬운데 다들 티를 내진 않지만 남들보다 두배, 세배 열심히 일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욜로. 뭐 한번 사는 인생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수 있으면 그게 행복인거지. 앞으로 5년, 10년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계속 계속 그러한 계획들을 업데이트 해야 하겠지만 지금 내가 있는 이 곳, 이 곳에서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나를 돌아보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색해봐야지. (말은 참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