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라이프

[시드니일상] YOLO.

Carpediemseo 2018. 2. 25. 18:56


요즘 이래저래 부쩍 생각이 많은 2월. 


스트레스 받아가며 준비했던 큰 미팅에서 크게 실수하고나서부터 내가 정말 호주에서 정착하고 싶은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이 업계에 계속 있고 싶은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일단 계속 있기로 결정했지만 내 강점인 언어실력 (일본어, 한국어) 가 발휘되질 못하니 아무도 뭐라하지 않지만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고 그러다보니 미팅에서 발표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나 원래 말도 많고 나름 웃긴사람인데 지금 회사에선 그닥 말도 별로 안하고  항상 진지모드다. 싱가폴에선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지 않았었는데 뭐가 문제인걸까? 


아무래도 비자 때문에 고생하고 비자법이 바뀌어 영주권도 신청할수 없는 입장이 되다보니 그리 호주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줄어든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곳 생활이 재미가 없어졌다. 


제작년 말에 처음 왔을 때는 영어 스트레스도 있고 그다지 Asian friendly하지 않은 회사동료들과 어울리기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친절하긴 했는데 내가 너무 의식한 듯;;) 시드니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설레도 신났었다. 아마 그때는 매일 오페라하우스를 보면서 출퇴근을 해야했기 때문에 내가 호주에 있다는 걸 한층 더 실감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두번째 회사로 옮기고 나서부터는 시드니에서의 생활이 재미가 없어졌다. 


아직 5개월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이런 생각을 하는건 나랑 안 맞는 회사에 다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아직 5개월 정도 밖에 안되서 판단하기에 이를 수도 있고. 그렇다고 일이 힘들거나 직장 동료들과 잘 못지낸다든가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매일 칼퇴에 근무시간도 유연해서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기도 하고 금요일에는 더 여유롭게 일하기도 하고 재택근무도 가능하며 항상 이벤트로 가득찬 회사인데 난 재미가 없다. 우리팀 주니어 친구들은 거의 20대초반인지라 지금 동료들과는 회사 밖에서는 그다지 교류하는 일도 없고 내 보스랑도 성격이 그다지 안 맞아서 그렇게 잘 어울리는 편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회사에 대한 애정도 별로 안 생기는 것 같다. 


어떤 이들에겐 회사는 회사일뿐인 곳이 회사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회사는 또다른 나의 생활처이기 때문에 집처럼 편하고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전 직장에서는 운 좋게도 모두 그런 느낌을 가지고 일했던 것 같다. 아마 초반에 보스랑 잘 안 맞아서 거기서 온 스트레스로 더 그런 마음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지금은 다 내가 오픈업 해서 내가 그동안 보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왔고 어떤식으로 대하길 원하는 지 서로 대화를 해서 해결돼었지만. 



그러다 문득 내 가방에 적힌 문구가 나의 가슴을 뛰게 했다. 


You Live Only Once





한번사는 인생인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여기 계속 있어야 하는 거지?

그리고 문득 지금의 나는 뭔가 목적없이 방향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주비자를 받는 것에 온통 집중해서 그 후에 뭘 원하는지, 나의 5년, 10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다 애초에 생각했던 영주권에 대한 계획도 비자법이 바뀌는 바람에 틀어지게 되었고.


나는 5년 뒤에도 호주에 있고 싶어할까? 

그럼 지금 이곳에서의 행복한가?



어딘가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