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라이프

[시드니일상] 구글오피스에서 점심먹기

Carpediemseo 2018. 7. 19. 21:36

역시 블로그는 열심히 하고 볼일이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선배님(이제부터 내 선배님이 되심ㅋ) 덕분에 오늘은 구글에서 공짜로 점심을 먹었다. 

선배님은 나보다 한 1년정도 시드니에 먼저 오신 한국분이신데 캐나다에서 쭉 계시다가 2년반 전에 구글에서 오퍼를 받고 구글 시드니 오피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시고 계신다고 했다. 얼마 전에 내가 올린 시드니 관련한 포스팅 글을 발견하시고, 게다가 구글 트레이닝 받는 거며, 피아몬트쪽에서 일하는 걸 블로그를 통해 보시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나도 반가운 마음에 회사가 가까우면 같이 점심이나 먹자고 말씀드리니 왠걸 구글에서 일하신다네?! (참고로 구글오피스도 피아몬트에 있다.)

그래서 이렇게 선배님 덕분에 구글에서 밥을 먹어보았다. 트레이닝 차 몇번 와 봤지만 이렇게 식당에서 밥 먹어보긴 처음이다.(난 외부인이기 때문에... 흑) 

구글은 삼시세끼 부페식으로 아침, 점심, 저녁 다 제공되는 데 음식이 생각보다 잘 나오는 것 같다. 식당에는 메인 코너, 샐러드 바, 디저트 이렇게 구역이 나눠져 있어서 하버브릿지의 경치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내 예전 하우스메이트도 구글 말레이시아에서 일했었는데 거긴 규모가 작아서인지 쉐프가 있어서 그냥 먹고싶은 음식을 주문 하면 된다고 히던데. 이건 뭐 우리도 나름 광고회사라 이런저런 직원혜택이 있지만 구글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르구나... 이래서 대기업 대기업하는 구나를 절로 느꼈다. 

그래도 주는 만큼 부려먹는 지 않을까 싶어 업무 강도는 어떠한지 선배님께 물어보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서 내가 뭘 하든 아무도 뭐라고 안해요' 

그 말인 즉슨, 알아서 일을 하란 소리란다. 누가 시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도록 알아서 일을 찾아서, 일을 만들어서 나를 계속해서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정말 좋아하는 워커홀릭에게는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자기가 알아서 스케줄이며 일의 분량이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프로모션 등, 누가 도와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정말 그냥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모션 같은 경우에 약간 충격이었는데 위의 상사가 나의 프로모션을 추천해주길 기다리는게 아니라 내가 진급이 될만한 성과들의 기록을 스스로 모으고 레퍼런스 해줄 사람들도 내가 찾아서 프로모션 프로세스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의 상사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룬 성과들과 레퍼런스 등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프로모션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나도 외국회사를 다니고 있는 터라 프로모션되려면 연초에 세운 KPI 를 달성한다든가 나를 계속 어필해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는데 그건 거의 내 상사에게 어필하고 그들이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회사에 계속 필요한 존재라 여기면 HR에 푸쉬를 하는 프로세스인데, 구글같은 경우에는 누군가의 입김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프로모션이 이루어지는 듯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상사라 해서 나보다 파워가 있는 것도, 주니어급이라고 해서 아무 권한도 없는 게 아니라는 소리. 어떻게 보면 Flat hierarchy 구조이기도 하지만 내가 시니어든 주니어든 항상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지 않으면 어느순간 뒤쳐지기 쉽다는 소리...

무섭다...내가 구글에서 일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흠... 내가 하는 일이 즐거우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정신적 압박으로 진작에 관두지 않을까 싶다...

근데 뭐 관두고 자시고 간데 붙기나 하고 그런 소리를..하하;;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선배님 덕분에 구글에서 밥도 먹고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까지 마시고 무엇보다 시드니에서 좋은인연이 생긴 것 같아 좋았던 하루. 


근데 어제 장장 6시간에 걸쳐 진행된 클라이언트 미팅의 피로는 아직도 가시질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