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팁

[해외취업] 호주 워홀로 사무직에서 일할 수 있을까?

Carpediemseo 2019. 5. 13. 21:32

회사 사무실에서 바라본 시드니 CBD

가끔 내 블로그를 보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사무직에서 일할 수 있는 지 묻는 분들이 가끔 있다. 답은 '그렇다'  물론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도 호주에 2년 전에 시드니에 직장을 구해서 왔을 때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잘 알고 넘어가야 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이라는 이 부분일 것이다. 

호주에는 많은 젊은 친구들이 이 1년 짜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 정도 머무르거나 세컨비자를 받아서 2년 정도 머무르는 경우 (세컨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농장에서 88일을 일해야 나온다고 한다.) 가 흔한데,  보통 이 비자로 오피스 잡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가장 큰 이유로는 이 비자로는 같은 회사에서는 6개월 밖에 일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는 한 회사에서 6개월을 근무하면 회사를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한다. 같은 회사에서 6개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 이 비자로는. 

파트타임잡이나 성수기, 비성수기가 뚜렷한 농장 같은 곳은 워낙 사람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워홀비자로 일을 구하기 쉽지만 사무직 같은 풀타임잡 같은 경우에는 보통 1년 이상 일할 사람을 찾기 때문에 6개월 밖에 채용할 수 없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쉽지 않다라고 한 것.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한 것은 나처럼 이 비자로 일단 6개월 정도 일하다가 취업비자 (457비자나 TSS 비자) 로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 

아마 가능성이 제일 높은 케이스로는 이미 해당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오피스잡을 구하는 경우이다. 안타깝지만 경력이 거의 없는 신졸 등은 이 글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경력 없이 오피스잡을 구하기 힘들어서라기 보단 호주에서 취업 비자를 받으려면 이제는 무조건 해당 경력이 2년 이상 있어야 한단다. 457비자 때는 자격조건까지는 아니고 경력이 2년 정도 있으면 비자가 나오기 쉬웠는데 TSS 비자 비자부터는 무조건 관련 경력이 2년 이상 있어야 한다. 정말 점점 호주에서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아무튼, 나를 예로 들자면 4년 전에 호주에 여행을 온 뒤로 나는 호주에, 그것도 시드니로 정말 정말 옮기고 싶었다. 싱가폴에서도 안정적인 직장에 내가 원하던 워라밸을 누리고 있었지만 뭔가 싱가폴에 정착해서 사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호주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면 다시 싱가폴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호주로 옮길 기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회사의 오퍼를 받고 취업비자를 받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플랜B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따 놓았다. 만약에 회사를 못 구했을 경우에는 한두달 정도 이 워홀 비자로 시드니에서 직접 지내면서 잡헌팅을 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워홀 비자의 장점은 비자 받기도 쉽고 (뭐 한국인이라면 거의 돈만 내면 나오는 수준) 직장만 구하면 당장 일할 수 있으며 투잡, 쓰리잡 등 제약이 거의 없다. 

취업비자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더라도 이 비자를 신청하고 빠르면 2주 늦으면 5-6개월을 비자가 나올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내야 할 서류들도 엄청나게 많고. (취업비자를 위해 낸 서류에 관해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이 서류 준비하는데만 2개월이 걸렸다...) 

결과적으로는 이 비자가 꽤 유용했다. 싱가폴에서 시드니로 옮기기 2주 전에 시드니에 있는 회사에서 오퍼를 받아 회사에서는 457비자 신청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미 난 시드니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놓은 상태여서 가능한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이렇게 오퍼를 받을 지 모르고 한달 전에 이미 워홀로 갈 생각으로 비행기표를 끊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취업비자가 언제 나올 지, 나오기는 할 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회사에 내가 워홀비자가 있으니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일하면서 취업비자를 준비하는 게 좀 더 여유가 있지 않겠냐고 설득해서 워홀 비자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당장 나를 고용해서 일을 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이 편이 그들에게도 나았던 것이다. 

내 예전회사에서도 영국에서 온 친구였는데 나처럼 이미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이 워홀비자로 일을 바로 시작해 그 사이에 회사에서 그의 취업비자를 신청해주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관련 경력이 약 2개월 정도 모자라서 취업비자가 리젝 당했다. 정말 얄짤 없다. 호주정부....

다행히 우리 업계가 워낙 수요가 많아서 그는 우리 경쟁사 회사로 바로 옮겨서 (물론 이때도 워홀 비자로) 부족한 2개월의 경력을 채우고 지금은 취업비자를 잘 받아서 계속 그 회사에 다니는 듯 하다. 

이렇듯 워홀 비자도 잘만 사용하면 오피스잡에서 일도하고 스폰서쉽 비자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이미 관련 경력이 있고 고용할 회사에서 스폰서쉽을 제공할 의향이 채용하기 전부터 있어야 하겠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호주에서 워홀로 사무직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 보고 싶었다. 

언제나 그렇듯 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나의 마지노선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시도, 저 시도, 삽질로 여러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시드니에서의 나의 첫 하우스 메이트이자 나의 절친인 발렌티나에게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시드니에서 건축회사에서 일년 정도 일하다가 (그녀도 워홀비자로 오피스잡을 구했다!) 몰타로 옮겨서 다시 1년 정도 일했는데 (그녀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계속 가고 싶어하던 홍콩에서 드디어 오퍼를 받고 이번 달 안에 홍콩으로 옮긴다고 한다. 그녀 역시 몰타에 있으면서 계속 홍콩 쪽으로 옮기고 싶어했는데 1년 정도 계속 쓴 고배를 마시다가 드디어 가게 된 것이다. 

2-3개월에 한번씩 연락하면서 내가 응원도 해주고 인터뷰 조언, 연봉협상 조언, 잡서치 조언 등을 해주었는데 드디어 원하는 곳에 가게 되어서 내가 다 기뻤다. 그녀에게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있다고 격려하면서 장기전으로 조급해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고 조언했었다. 

정말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는 법이니 모두 희망을 놓지 말기를. 조급해하지 말고. 

나도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이렇게 나를 다독이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거의 매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