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국에서] 한국에서의 첫 회사 생활

Carpediemseo 2019. 11. 15. 14:35

사무실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한국에 휴가를 와 있는 중이다. 근데 무슨 첫 회사 생활이냐고? 그건 한국에 와 있는 2주 동안 첫 주에는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나의 현재 포지션의 특성상, 한국이나 일본으로 출장을 갈 일은 없으나 거기에 있는 팀과는 같이 일할 일이 가끔 있다보니 휴가를 나온 김에 서울 사무소를 방문에 팀 사람들을 만났다.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장점으로는 이렇게 우리 회사 사무실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게 휴가를 쓰지 않고도 일하면서 한국의 가족들과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었다. (한국에 있는 2주 동안 1주일은 회사에 나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주일만 휴가를 내기 때문)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찌보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해보는 셈이어서 조금은 설레기도 했던 이번 방문.

일주일 일해 본 소감은...지옥철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건 내가 손님으로 방문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우리회사의 한국 팀사람들이 좋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근데 우리집에서 회사까지 멀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왕복 3시간 걸려 출퇴근을 하려니 첫날에는 출퇴근에 지쳐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렸다. (이미 꽉 찬 버스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가는 그 모습은 아직도 있을 수가 없다...) 

보통 시드니에서도 로컬들은 교외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왕복 3시간에 걸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시드니 내의 주차비가 비싸다보니 차로 가까운 역까지 와서 거기에 주차를 해 놓고 트레인을 타는 사람들이 많다.) 나같은 Expat들은 접근성인 좋은 시내 근처나 회사 근처에 사는 경우가 대분분이다. 이건 예전에 살던 싱가폴이나 일본, 미국 어디나 마찬가지로 느꼈던 점. 

출근한 첫날과 둘째날은 미팅들로 꽉차 정신적으로 조금 여유가 없었지만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고 한국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분에 편하게 일하다 갈 수 있었다. 

일주일 밖에 일하지 않아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짧게나마 한국에서 일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과 호주의 직장문화 다른점들...(주의: 이건 어디까지나 장단점이 아닌,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를 바탕으로 한 단순한 비교글이다.) 

- 근무시간: 호주는 기본 7.5시간이 근무시간이라 사무직이라면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오후 5.30분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 한국도 그렇고 일본, 싱가폴도 나의 근무시간은 9-6시였기 때문에 고작 30분이긴 하나 이 30분의 차이가 꽤 느낌이 다르다. 호주로 이직해서 제일 좋았던 근무시간. 지금도 좋다ㅋ 

- 재택근무(Work From Home): 이건 호주에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따라, 포지션에 따라 다르긴한데, 우리팀은 재택근무가 꽤 유연한 편이다. 보통 매주 금요일은 다들 집에서 근무하는 편이고 주중에 부득이하게 집에 있어야 하는 경우에도 (몸이 안 좋다든가, 수리공을 기다려야 한다든가) 매니저의 허락 하에 집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이 또한 꽤 자유로운 편. 

이번에도 시드니 도착하는 날이 주중 아침이라 아침에는 집에서 근무하고 오후에 출근할 예정. 이렇게 재택근무를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이부분은 지금의 회사로 이직하면서 제일 만족하는 부분. 

- 점심식사 문화: 호주에는 도시락을 싸오거나 간단히 샐러드를 점심으로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혼자 먹는 문화가 발달해있다. 그냥 혼자 팬트리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먹고 있으면 사람들이 서서히 모여 앉아 결국에는 같이 먹게 되거나 그냥 혼자 나가서 먹거나. 나는 밖에서 사먹는 편이라 혼자 먹기도 하고 다른 팀에서 일하는 친구와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 사무소에서 일하는 동안 느낀 점은 나가서 사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혼자 먹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하루는 점심시간 쯤에 내 매니저와 콜미팅이 있는 바람에 점심 때를 놓쳤는데 한국팀 사람들이 점심같이 먹자고 챙겨주기도 하고 미팅 끝나고 혼자 점심 먹고 왔다니 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안 먹었냐며 화들짝 놀라는 팀원도 있었다. 

- 건강검진: 공교롭게도 내가 온 시기에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건강검진을 끝내야 하는 달이라 한국팀 사람들도 그렇고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내 친구들도 건강검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누누히 말하지만 의료시스템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최고다. 호주의 경우에는 이런 건강검진이 지원이 없는 회사도 많고 우리회사에서는 회사내에서 정말 간단한 신체검사 수준으로만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처럼 전문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회사는 외국에는 많이 없다. 

해외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그것도 의료보험이 별로 신통치 않은 곳에서) 이런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나도 이번에 나온 김에 거의 풀코스로 건강검진을 했다. (물론 내 사비로 흑흑...) 

매우 짧은 소감이지만 뭐 이정도... 외국에 살면 이래저래 불편한 점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유연한 근무환경 때문에 아직까진 호주에서 더 일하고 싶다. 한국에 있는 남은 시간동안 먹고 싶은거 다 먹고 시드니가 가면 운동을 다시 열심히 해야지....